어지럼을 오래 두면 — 넘어지는 것보다 조용히 쌓이는 것들
어지럼에는 다른 증상에 없는 성질이 하나 있습니다. 대개 저절로 가라앉는다는 것입니다. 확 돌았다가도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고, 아찔했다가도 앉아 쉬면 돌아옵니다.
그래서 미루십니다. “또 그러겠지” 하고 넘기시는 사이에 몇 달, 몇 년이 갑니다. 그런데 어지럼을 오래 두면 어지럼 자체보다 그 주변에서 조용히 벌어지는 일이 더 문제가 됩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5편 중 4번째입니다.

가라앉는다고 나은 것이 아닙니다
어지럼이 잦아드는 데는 2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원인이 풀린 것이고, 하나는 몸이 그 상태에 익숙해진 것입니다.
뒤쪽이 문제입니다. 균형이 어긋난 것은 그대로인데 몸이 그럭저럭 버티는 법을 배운 것뿐입니다. 겉으로는 조용해지지만 원인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무리하시거나, 몸살을 앓거나, 신경 쓸 일이 생기면 다시 올라옵니다. “몇 년째 한 번씩 그럽니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대개 이 자리에 계십니다.

넘어지는 일이 생깁니다
가장 먼저 말씀드려야 하는 것입니다. 어지럼을 안고 지내시면 넘어질 위험이 늘어납니다.
특히 위험한 자리가 정해져 있습니다. 새벽에 화장실 가려고 일어설 때, 목욕탕에서 몸을 굽혔다 펼 때, 아침에 이불에서 몸을 트는 순간입니다. 불이 꺼져 있고 발밑이 미끄럽고 아무도 곁에 없는 시간입니다.
젊은 분은 넘어져도 대개 털고 일어나십니다. 그런데 나이가 있으신 분에게는 한 번의 낙상이 그다음 몇 달을 통째로 바꿉니다. 어지럼 자체보다 이쪽이 훨씬 무섭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어지럼으로 오시면 새벽에 일어나실 때는 어떤지를 꼭 여쭙습니다.
집에서 하실 수 있는 것도 함께 말씀드립니다. 새벽에 일어나실 때는 바로 서지 마시고 침대에 걸터앉아 몇 초 있다가 일어서세요. 그 몇 초가 아찔함을 꽤 줄여 줍니다. 화장실까지 가는 길에 작은 불 하나를 켜 두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움직임이 줄어듭니다
이건 조용히 진행됩니다. 어지러운 것이 무서우니 스스로 조심하기 시작하십니다.
고개를 크게 안 돌리십니다. 빨리 안 걸으십니다. 사람 많은 곳을 피하십니다. 계단보다 승강기를 찾으십니다. 나중에는 외출 자체를 줄이십니다.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균형은 쓰지 않으면 더 나빠집니다. 몸을 덜 움직일수록 발바닥과 관절에서 올라오는 정보가 줄고, 그러면 어지럼을 더 잘 느끼게 됩니다. 조심한 것이 오히려 어지럼을 키우는 셈입니다.
그리고 안 움직이니 기운도 함께 떨어집니다. 앞 편에서 말씀드린 기운이 모자란 어지럼이 여기서 하나 더 얹힙니다.
그렇다고 무리해서 움직이시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안전한 자리에서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답입니다. 벽이나 식탁을 짚고 고개를 천천히 좌우로 돌리는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어지러운 자세를 무조건 피하기만 하면 그 자세는 계속 어지럽습니다.

불안이 따라붙습니다
어지럼을 오래 겪으신 분들이 거의 빠짐없이 말씀하시는 대목입니다. “또 언제 그럴지 몰라 불안합니다.”
운전대를 잡기가 꺼려지고, 혼자 멀리 나가기가 어렵고, 중요한 자리를 앞두면 미리 걱정되십니다. 어지럽지 않은 날에도 어지러울까 봐 신경이 곤두서 있습니다.
그런데 긴장하면 몸은 더 어지러워집니다. 어깨와 뒷목이 굳고 숨이 얕아지면서 위로 뜨는 기운이 늘어납니다. 불안이 어지럼을 부르고 어지럼이 불안을 키우는 자리가 만들어집니다.
이쯤 되면 어지럼만 손대서는 잘 풀리지 않습니다. 저희가 잠과 마음 쪽을 함께 여쭙는 이유입니다.
이 대목에서 “마음 문제라는 말씀이냐”고 서운해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런 뜻이 아닙니다. 어지럼은 실제로 몸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불안은 그 위에 나중에 얹힌 것입니다. 순서가 반대입니다. 그래서 몸을 먼저 손대면 불안도 대개 함께 가라앉습니다.

잠과 속이 함께 무너집니다
어지럼이 오래되면 잠이 얕아집니다. 누울 때 도는 것이 무서워 눕는 자세부터 조심하게 되고, 자다가 뒤척이는 순간 어지러워 깨십니다.
속도 무너집니다. 메슥거림이 잦으면 잘 못 드시고, 잘 못 드시면 담이 더 끼거나 기운이 더 빠집니다. 그러면 어지럼이 또 심해집니다.
이 대목이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어지럼 하나였는데, 오래 두면 잠과 속까지 3가지가 함께 얽힙니다. 그러면 손댈 자리가 늘어나고 걸리는 시간도 길어집니다.
같은 어지럼이라도 몇 달 된 분과 몇 년 된 분의 치료가 다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어지러워지기 쉬운 몸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것입니다. 어지럼을 오래 안고 지내시면 문턱이 낮아집니다.
처음에는 크게 무리해야 어지러웠는데, 나중에는 조금만 늦게 드셔도, 조금만 늦게 주무셔도, 사람 몇 명만 만나도 어지러워집니다. 어지러워지는 데 필요한 조건이 점점 줄어드는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지금 어지럽지 않은 날도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것입니다. 저희가 어지럼이 잦아든 뒤에도 몇 주는 더 채워 드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문턱을 다시 올려놓아야 되풀이되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어지럼은 저절로 가라앉는 일이 많아서 미루기 쉽습니다. 그런데 그사이에 넘어질 위험, 줄어드는 움직임, 따라붙는 불안, 무너지는 잠과 속이 조용히 쌓입니다.
겁을 드리려는 말씀이 아닙니다. 일찍 손대면 훨씬 쉽게 끝난다는 말씀을 드리려는 것입니다. 몇 달 된 어지럼과 몇 년 된 어지럼은 걸리는 시간이 다릅니다.
다음 편에서는 저희가 어지럼을 실제로 어떻게 보고 어떤 순서로 손대는지, 그리고 얼마나 걸리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5편의 마지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