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물, 코막힘, 재채기 — 비염은 저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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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편에서 감기와 비염을 구분하는 기준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같은 비염이라도 진료실에서 듣는 말씀은 사람마다 전혀 다릅니다.
“휴지를 하루에 1통씩 써요.” “콧물은 없는데 코가 꽉 막혀요.” “코는 괜찮은데 목에 뭐가 자꾸 넘어가요.” 모두 비염입니다. 오늘은 비염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증상별로 나눠 보겠습니다. 어느 증상이 가장 두드러지는지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5편 중 2번째입니다.

맑은 콧물이 쏟아지는 쪽
비염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시는 모습입니다. 물처럼 맑은 콧물이 저절로 흘러내립니다. 고개를 숙이면 뚝 떨어지고, 휴지로 막아도 금세 다시 찹니다.
대개 재채기가 연달아 터집니다. 1~2번이 아니라 5번, 10번씩 몰아서 나오고, 그러고 나면 콧물이 더 쏟아집니다. 찬 공기를 마시거나 이불 밖으로 나오는 순간 시작되는 분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코뿐 아니라 몸도 찬 편인 경우가 많습니다. 손발이 차고, 찬 음료를 드시면 콧물이 더 나온다고 하십니다. 이 관계는 3편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재채기를 몰아서 하고 나면 머리가 띵하고 기운이 쭉 빠진다고 하십니다. 아침에 한바탕 치르고 나면 출근하기도 전에 지친다는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코가 꽉 막히는 쪽
콧물은 별로 없는데 코가 막혀 숨쉬기가 어려운 쪽입니다. 오히려 이쪽이 더 괴롭다고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한쪽 코가 막혔다가 조금 지나면 반대쪽이 막히는 식으로 번갈아 막힙니다. 누우면 더 심해져서 옆으로 돌아누우면 아래쪽 코가 막힙니다. 결국 입으로 숨을 쉬게 되고, 아침에 일어나면 목이 칼칼하고 입이 바짝 말라 있습니다.
코 안 점막이 부어 있는 상태라서, 냄새가 잘 안 나고 목소리가 코맹맹이처럼 울리기도 합니다. 막힌 코를 뚫으려고 스프레이를 자주 찾게 되는 것도 이쪽입니다.
한 가지 특징은 몸을 움직이거나 따뜻한 물로 씻고 나면 잠깐 뚫린다는 점입니다. 몸이 데워지면 코 점막의 붓기가 잠시 가라앉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가만히 앉아 있거나 찬 곳에 가면 다시 막힙니다. 막힌 코를 급히 뚫는 스프레이는 4편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목 뒤로 넘어가는 쪽
“코는 괜찮은데요”라고 시작하시는 분들입니다. 콧물이 앞으로 흐르지 않고 목 뒤로 넘어갑니다.
목에 뭔가 걸린 것 같아 헛기침을 달고 사십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목에 가래 같은 것이 고여 있어 뱉어야 개운하고, 말을 오래 하면 목이 잠깁니다. 누워 있을 때 넘어가는 양이 많아 밤에 기침이 나기도 합니다.
이 증상은 소화기 쪽으로 오해받는 일이 많습니다. 목 이물감과 헛기침은 역류성 식도염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코와 속을 함께 여쭙니다. 두 가지가 같이 있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기침약을 드셔도 잘 멎지 않는 기침이 몇 주, 몇 달째라면 코에서 넘어오는 콧물이 원인인 경우를 꼭 떠올려 보셔야 합니다. 기침을 억제하는 것보다 넘어오는 콧물을 줄여야 멎습니다.

가렵고 눈까지 번지는 쪽
코 안이 간질간질한 것으로 시작해 눈, 입천장, 귀 안쪽까지 가려운 분들입니다. 눈이 충혈되고 눈물이 나며, 자꾸 비비다 보니 눈두덩이 붓습니다.
코를 자주 풀고 문지르다 보니 코 밑이 헐고 따갑습니다. 눈 밑이 늘 거뭇하게 그늘져 피곤해 보인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알레르기 비염에서 특히 흔한 모습입니다.
꽃가루 철에만 이렇다면 계절을 타는 쪽이고, 집 안에서 1년 내내 이렇다면 집먼지진드기나 곰팡이, 반려동물 쪽을 함께 살펴봅니다.

후각과 미각이 떨어지는 쪽
코막힘이 오래가면 후각이 떨어집니다. 냄새를 맡지 못하니 음식 맛도 밍밍하게 느껴집니다. 미각은 혀뿐 아니라 후각의 영향을 함께 받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코가 막힌 날만 그러다가, 오래되면 코가 조금 뚫린 날에도 후각이 둔하다고 하십니다. 가스 냄새나 탄 냄새를 늦게 알아채 놀라셨다는 분도 계십니다.
후각은 코가 좋아지면 대개 함께 돌아옵니다. 다만 후각이 떨어져 있던 기간이 길수록 회복에도 시간이 걸립니다. 후각이 떨어졌다는 것은 코가 오래 부어 있었다는 신호이니 가볍게 넘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머리까지 무거워지는 날
비염은 코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코가 막히면 이마와 미간이 묵직하고 머리가 멍합니다. 숨이 답답하니 집중이 잘 안 되고, 책이나 화면을 보고 있어도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코 때문에 일이 손에 안 잡힌다”는 말씀이 괜한 말이 아닙니다. 밤에 코가 막혀 잠이 얕아지면 다음 날은 더 그렇습니다. 이 부분은 4편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침에 유독 심한 이유
비염으로 오시는 분의 대부분이 “아침이 제일 심하다”고 하십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자는 동안에는 몸이 쉬면서 체온이 조금 내려갑니다. 그러다 아침에 이불을 걷고 일어나는 순간 따뜻한 이불 속과 차가운 방 공기의 온도차가 코에 한꺼번에 닿습니다. 예민해진 코 점막이 이 온도차를 자극으로 받아들여 재채기와 콧물을 쏟아냅니다.
그래서 해가 뜨고 몸이 데워지는 오후에는 한결 나아지는 분이 많습니다. 반대로 밤에 누우면 막히는 분은 누운 자세에서 코 점막으로 피가 몰려 붓는 쪽입니다.

계절마다 얼굴이 달라집니다
봄에는 꽃가루와 황사에, 여름에는 에어컨 바람과 실내외 온도차에, 가을에는 큰 일교차와 잡초 꽃가루에, 겨울에는 찬 공기와 건조한 난방에 코가 반응합니다.
그래서 “나는 봄 비염”, “나는 환절기 비염”처럼 스스로 아시는 분이 많습니다. 이 기억이 진료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 철이 오기 전에 미리 손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비염은 콧물이 쏟아지는 쪽, 코가 막히는 쪽, 목으로 넘어가는 쪽, 가려운 쪽으로 저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대개 2~3가지가 겹쳐 있지만 가장 괴로운 증상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먼저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왜 누구는 같은 먼지를 마셔도 괜찮고 누구는 비염이 생기는지 — 비염이 코가 아니라 몸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