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두면 안개는 짙어집니다 — 미루셨을 때 몸에 생기는 것들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요.” 브레인포그로 오신 분들이 가장 많이 하셨던 생각입니다. 실제로 오시기까지 1년, 2년씩 걸리는 경우가 흔합니다.
기다리시는 이유도 이해가 갑니다. 아픈 것이 아니라 흐린 것뿐이고, 검사도 다 괜찮다고 나왔으니까요. 그런데 안개는 그냥 두면 옅어지지 않고 두꺼워집니다. 오늘은 브레인포그를 오래 두었을 때 실제로 무엇이 생기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5편 중 4번째입니다.

실수가 늘어납니다
처음에는 단어 하나 안 떠오르는 정도였습니다. 오래 두면 결과가 밖으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약속을 이중으로 잡으시고, 보내야 할 것을 놓치시고, 계산이 틀립니다. 일하시는 분은 같은 실수를 2번 하게 되고, 살림하시는 분은 불을 켜 둔 채 나오시거나 냉장고에 넣어야 할 것을 밖에 두십니다.
그래서 확인하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문을 잠갔는지 다시 보고, 보낸 글을 다시 읽고, 메모를 여러 군데 남기십니다. 이 확인 자체가 또 기운을 씁니다. 하루가 예전보다 훨씬 고단해지는 이유입니다.
이 단계에서 오시는 분들이 공통으로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예전엔 이러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중요하게 듣는 대목입니다. 원래 그런 분이 아니라 어느 시점부터 달라지신 것이라면, 그 시점 언저리에 원인이 있습니다.

자신감이 먼저 무너집니다
몸보다 먼저 무너지는 것이 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입니다.
실수가 몇 번 반복되면 “내가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습니다. 그러면 새로운 일을 맡기가 겁나고, 배우려던 것을 미루게 되고, 하던 일도 남에게 넘기게 되십니다.
이게 브레인포그에서 가장 아까운 대목입니다. 몸에서 시작된 일이 선택을 바꿔 놓습니다. 실제로는 손대면 돌아올 상태인데, 그 사이에 그만두신 일은 되돌리기가 어렵습니다.
더 힘든 것은 이 걱정이 안개를 더 짙게 한다는 점입니다. 잘 해내야 한다는 긴장이 머리로 가는 길을 더 좁힙니다. 걱정과 안개가 서로를 키우는 관계가 됩니다.

잠이 함께 무너집니다
낮에 머리를 제대로 못 쓰시면 밤에도 제대로 못 쉬십니다.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낮에 졸음이 쏟아집니다. 앉아 있다가 꾸벅꾸벅 조시고, 오후에 잠깐 눕는 습관이 생깁니다. 그러면 밤에 눕고도 잠들기까지가 길어집니다. 낮에 못 한 일이 마음에 걸려 생각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새벽에 깹니다. 깨고 나면 다시 들기가 어렵고, 아침에는 잔 것 같지 않은 채로 시작하십니다. 그리고 그날 낮이 다시 흐립니다.
잠과 안개는 서로를 키웁니다. 그래서 저희는 브레인포그를 볼 때 잠을 반드시 함께 봅니다. 잠을 그대로 두고 머리만 맑게 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두통과 어지럼이 따라옵니다
처음에는 머리가 무겁기만 했습니다. 오래되면 실제로 아프기 시작합니다.
뒷목에서 올라오는 두통이 가장 흔하고, 오후에 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깨와 뒷목이 늘 굳어 있어 손으로 만져 보면 돌처럼 단단합니다.
어지럼도 함께 옵니다. 빙빙 도는 어지럼보다는 일어설 때 순간 아득한 쪽이 많습니다. 고개를 돌릴 때 잠깐 아찔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때 진통제를 상비약처럼 지니게 되시는데, 아픈 것을 잠시 덮을 뿐 무거운 것은 그대로 남습니다. 두통을 두통으로만 쫓아다니면 계속 제자리인 이유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짚고 가겠습니다. 어지럼이 한쪽으로만 쏠리거나,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손발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함께 있다면 그건 브레인포그와 결이 다릅니다. 이런 경우에는 다른 쪽을 먼저 확인해 드리는 것이 순서라, 저희가 처음 오셨을 때 이 부분을 반드시 함께 여쭙습니다.

기운이 빠지고 몸이 무거워집니다
여기부터가 오래된 브레인포그의 얼굴입니다. 머리만 흐린 것이 아니라 몸 전체가 무거워집니다.
- 아침에 일어나는 일 자체가 힘들어집니다
-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쉬고 싶어집니다
- 손발이 차고 얼굴이나 다리가 잘 붓습니다
- 움직임이 줄어드니 소화도 함께 나빠집니다
이 시기에 “나이 탓”으로 넘기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같은 연세여도 이런 증상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분과 그렇지 않은 분이 갈립니다. 흐린 상태로 오래 버티느라 몸을 앞당겨 쓰신 것에 가깝습니다.
움직임이 줄어드는 것이 특히 아쉽습니다. 걷지 않으면 아래로 내려가야 할 것이 그대로 고이고, 고이면 위로 올라갈 맑은 것이 더 줄어듭니다. 가장 흐린 시기에 가장 안 움직이게 되는 것이 이 병의 곤란한 점입니다.

마지막에는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가장 마음 아픈 대목입니다. 오래된 브레인포그의 끝에서는 의욕이 사라집니다.
하고 싶은 것이 없어지고, 좋아하시던 일도 시들해지고, 사람 만나는 일이 귀찮아집니다. 종일 누워 계시게 되고, 그러면 안개는 더 두꺼워집니다.
이 상태를 두고 “마음의 병이 왔다”고만 보시면 순서가 뒤집힙니다. 마음이 약해서 몸이 처진 것이 아니라, 몸이 오래 흐리다 보니 마음이 따라 내려앉은 것입니다. 실제로 잠과 속을 먼저 잡아 드리면 의욕은 대개 뒤따라 돌아옵니다.
그러니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인가” 하고 지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 돌아오십니다.

정리하면
브레인포그를 오래 두면 실수가 늘고, 자신감이 무너지고, 잠이 얕아지고, 두통과 어지럼이 따라오고, 몸이 무거워지고, 마지막에는 의욕까지 내려앉습니다.
그러니 ‘머리가 좀 흐린 정도’일 때 오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이미 몇 년이 지나셨더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진료실에서 실제로 무엇을 보고 어떤 순서로 안개를 걷어내는지 그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5편의 마지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