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니라 몸에서 옵니다 — 브레인포그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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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왜 이런 겁니까.” 브레인포그 이야기를 하다 보면 반드시 나오는 질문입니다. 머리가 흐리니 원인도 머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실제로 찾아보면 시작은 대부분 머리 바깥에 있습니다. 잠에서 온 분, 속에서 온 분, 오래된 긴장에서 온 분이 모두 같은 안개를 말씀하십니다. 오늘은 이 안개가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 순서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5편 중 3번째입니다.

머리는 결과이지 원인이 아닙니다
한의학에서는 머리를 맑은 기운이 모이는 자리로 봅니다. 몸에서 만들어진 맑은 것이 위로 올라와야 머리가 개운합니다.
그래서 머리가 흐리다는 것은 2가지 중 하나입니다. 올라갈 맑은 것이 모자라거나, 올라가는 길이 막혔거나입니다. 어느 쪽이든 머리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아래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 관점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머리만 보면 손댈 자리가 없습니다. 아래를 보면 손댈 자리가 여러 군데 생깁니다.

첫째, 잠이 얕습니다
가장 흔한 시작입니다. 브레인포그로 오신 분의 잠을 여쭤 보면 온전한 분이 드뭅니다.
시간이 짧아서만은 아닙니다. 7시간을 주무셔도 얕게 자면 정리가 안 됩니다. 자는 동안 몸은 낮에 쌓인 것을 치우는데, 그 시간이 부실하면 아침에 이미 머리가 절반쯤 차 있는 상태로 시작하십니다.
그래서 아침부터 뿌옇다고 하시는 분은 대개 잠 쪽입니다. 이런 분께 낮에 기운을 올려 드리는 처방을 먼저 쓰면 오히려 밤이 더 얕아집니다. 순서가 반대입니다.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신 직후가 하루 중 가장 무거우신지 보시면 됩니다. 자고 일어났는데 개운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뿌옇다면 밤사이 정리가 안 된 것입니다. 이런 분은 잠을 손대면 낮의 안개가 함께 걷힙니다.

둘째, 속이 무겁습니다
의외라고 하시지만 실제로 아주 많습니다. 소화가 무너지면 머리가 흐려집니다.
먹은 것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으면 맑은 것이 만들어지지 않고, 대신 탁하고 끈적한 것이 남습니다. 이것이 몸에 쌓이면 무거워집니다. 머리가 아프기보다 꽉 차고 뿌연 느낌이 드는 것이 이 유형의 특징입니다.
구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런 분은 밥을 먹고 나면 유독 더 흐려집니다. 식후에 졸음이 심하게 몰려오고, 속이 더부룩하고, 아침에 얼굴이나 손이 붓습니다. 혀를 보면 두껍고 미끈한 설태가 껴 있습니다.
이 유형이 반가운 이유가 있습니다. 손대면 비교적 빨리 달라집니다. 무거운 것을 걷어내는 치료는 반응이 빠른 편이라, 2~3주 안에 “머리가 가벼워졌다”는 말씀을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올려 보낼 기운이 모자랍니다
앞의 2가지가 ‘막힌 쪽’이라면 이건 모자란 쪽입니다.
큰 병을 앓고 난 뒤, 출산하고 난 뒤, 오래 무리하신 뒤에 이런 상태가 잘 옵니다. 만들어 내는 힘 자체가 줄어서 위로 올려 보낼 것이 부족합니다.
이 유형은 오후에 무너집니다. 오전에는 그럭저럭 버티시다가 점심 이후로 급격히 흐려지고, 말수가 줄고, 목소리에 힘이 없습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손발이 찹니다.
이런 분께 ‘막힌 것을 뚫는’ 처방을 쓰면 그날은 시원한데 다음 날 더 지치십니다. 채워 드리는 일이 먼저입니다.

넷째, 오래된 긴장이 길을 좁힙니다
몇 년씩 신경 쓸 일을 안고 지내신 분들입니다. 몸이 늘 대비 상태로 있으면 어깨와 뒷목이 굳고, 굳으면 머리로 가는 길이 좁아집니다.
이 유형은 가슴이 답답한 증상과 함께 옵니다. 한숨이 잦고, 잘 놀라고, 사소한 일에 예민해집니다. 화병과 브레인포그가 한 몸에 같이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특징은 기복입니다. 마음이 편한 날은 머리도 맑고, 신경 쓸 일이 생기면 그날 바로 흐려집니다. 컨디션이 날마다 다르다고 하시면 대개 이 쪽입니다.
다만 이 유형은 혼자 오지 않습니다. 긴장이 오래되면 잠이 얕아지고, 잠이 얕아지면 속도 무너집니다. 그래서 실제 진료에서는 한 가지만 있는 분보다 2~3가지가 겹쳐 있는 분이 훨씬 많습니다. 어느 것이 먼저 시작됐는지를 찾아 그 자리부터 푸는 것이 저희가 하는 일입니다.

힘이 줄어드는 시기가 겹칩니다
갱년기 무렵, 출산 뒤 몇 달, 큰 수술이나 긴 병을 앓고 난 뒤에 브레인포그가 유독 몰려옵니다.
이 시기에는 몸을 붙잡아 주던 힘이 줄어듭니다. 원래 있던 작은 어긋남도 힘이 넉넉할 때는 표가 안 나는데, 얇아지면 한꺼번에 드러납니다. 그래서 “갑자기 이렇게 됐다”고 느끼십니다.
이때 하시는 걱정이 하나 있습니다. “이대로 계속 나빠지는 건 아닐까.” 그렇지 않습니다. 힘이 줄어든 시기의 안개는 손대면 비교적 잘 걷힙니다. 원래 있던 힘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얕아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습관이 안개를 두껍게 합니다
원인은 아니지만 덮어 두는 것들이 있습니다. 오후에 마시는 커피, 늦은 밤의 야식, 잠들기 직전의 화면입니다.
흐리니까 커피를 드시고, 커피 때문에 밤잠이 얕아지고, 얕게 자니 다음 날 더 흐려집니다. 안개를 걷어내는 것이 아니라 미뤄 두는 것이라 며칠은 버티지만 갈수록 양이 늘어납니다.
야식도 같습니다. 밤에 들어온 음식은 자는 동안 처리해야 하니 정리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아침에 몸이 붓고 머리가 무거운 날은 대개 전날 밤이 늦었던 날입니다.

정리하면
브레인포그는 머리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잠이 얕거나, 속이 무겁거나, 올려 보낼 기운이 모자라거나, 오래된 긴장이 길을 좁혔거나입니다. 여기에 힘이 줄어드는 시기와 습관이 겹칩니다.
그래서 같은 ‘머리가 흐리다’는 말씀이어도 손대는 자리가 사람마다 다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상태를 그냥 두었을 때 실제로 무엇이 생기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5편 중 4번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