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 먹는 호흡기 한약, 보폐고 — 코·기침·목에 이렇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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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 콧물, 목 잠김으로 오시는 분들께 요즘 자주 드리는 한약이 있습니다. 포 하나씩 짜 먹는 보폐고 엔오입니다. 탕약처럼 데우거나 따로 챙길 필요 없이 가방에서 꺼내 바로 드실 수 있어, 바쁜 분들이 특히 편해하십니다.
오늘은 보폐고가 어떤 약인지, 어떤 분께 쓰는지, 어떻게 드시면 되는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보폐고는 어떤 약인가요?
이름 그대로 폐를 돕는 고(膏)입니다. 여러 약재를 달여 꿀에 졸여 낸, 짜 먹는 한약입니다. 들어 있는 약재는 하는 일에 따라 4가지로 나뉩니다.

길경·대청엽·우방자·금은화·연교·죽엽·포공영·박하는 가래와 고름을 삭이고 목과 코의 염증을 가라앉힙니다. 오미자·사삼·맥문동은 기침을 가라앉히고 마른 점막을 촉촉하게 합니다. 유근피·산약은 다른 약재 때문에 속이 불편해지지 않도록 비위를 지켜 주고, 감초·건강은 약재들의 성질을 고르게 맞춥니다.
이름 끝의 ‘엔오’는 산화질소(NO)를 뜻합니다. 산화질소는 우리 몸에서 혈관과 기관지를 넓혀 주는 물질로, 약재가 폐와 기관지에 잘 닿도록 돕는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탕약과는 무엇이 다른가요?
탕약은 한 분 한 분의 체질과 증상에 맞춰 처방을 짓습니다. 몸 전체의 흐름을 바로잡는 데 강점이 있지만, 달이는 데 시간이 걸리고 드실 때마다 데워야 합니다.
보폐고는 코, 기침, 목에 두루 쓰도록 미리 만들어 둔 처방입니다. 진료 당일 바로 받아 가실 수 있고, 물 없이 어디서나 드실 수 있습니다. 증상이 가벼운 분은 보폐고만으로 관리하시고, 오래되었거나 체질의 영향이 큰 분은 맞춤 탕약과 함께 드십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약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함께 쓰는 약입니다.
코가 불편할 때 — 비염, 축농증, 후비루
노란 콧물이 오래가는 축농증,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는 후비루, 오래된 코막힘에 씁니다. 코 질환은 며칠 만에 가라앉지 않습니다. 적어도 1달은 꾸준히 드셔야 달라진 것을 느끼시고, 오래된 비염일수록 기간을 길게 잡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코가 꽉 막혀 있거나, 찬 바람을 쐬면 콧물이 쏟아지는 분도 많이 찾으십니다. 이런 분들은 증상이 심한 환절기에 하루 3회씩 꾸준히 드시고, 증상이 줄어드는 만큼 양을 줄여 갑니다.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면 자꾸 헛기침을 하게 되고, 코가 막히면 입으로 숨을 쉬게 되어 목까지 마릅니다. 그래서 코와 목, 기침이 한꺼번에 불편한 분이 많습니다. 보폐고는 이 3곳에 두루 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기침과 가래가 오래갈 때
가래 기침과 마른기침에 모두 씁니다. 특히 감기나 코로나를 앓고 난 뒤 몇 주째 남은 기침, 목에 달라붙어 잘 뱉어지지 않는 가래로 오시는 분들께 많이 드립니다.
기침이 오래되면 목과 기관지 점막이 마르고 예민해져, 작은 자극에도 기침이 다시 터집니다. 보폐고는 마른 점막을 촉촉하게 하고 가래를 삭여, 기침이 반복되지 않도록 돕습니다.
다만 만성 기침은 원인이 여러 가지라, 체질에 맞춘 한약과 함께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이 잠기고 칼칼할 때
쉰 목소리, 목의 칼칼함, 인후통에도 씁니다. 말을 오래 하면 성대에 열이 오르는데, 운동 뒤 달아오른 근육을 식히듯 목의 열을 식혀 줍니다.
그래서 교사, 강사, 상담직처럼 목을 많이 쓰는 분들은 증상이 없을 때도 말을 많이 하는 날 1포씩 관리용으로 드십니다. 담배를 피우시는 분이 목이 답답하고 가래가 낀 느낌이 있을 때도 도움이 됩니다. 쉰 목소리가 2주 넘게 이어진다면 이비인후과에서 성대를 먼저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감기 상비약으로
감기 기운이 올 때, 목이 칼칼하고 까끌한 초기에 드시면 좋습니다. 집에 두시면 가족이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바로 꺼내 드실 수 있습니다. 환절기나 여행을 앞두고, 에어컨 바람을 오래 쐬는 여름철에 미리 챙겨 두시는 분이 많습니다.
으슬으슬 추운 초기 몸살인지, 열이 나는 몸살인지, 맑은 콧물 코감기인지, 목이 붓는 인후통인지에 따라 함께 쓰는 처방이 다릅니다. 진료 때 증상에 맞춰 정해 드립니다.
이렇게 드세요
1박스에 45포가 들어 있고, 하루 3회 드시면 15일분입니다. 1달이면 2박스를 드시게 됩니다.
증상이 있을 때는 하루 3회, 증상이 심할 때는 하루 3~5회까지 늘립니다. 증상이 없을 때 관리 목적으로는 하루 1회면 충분합니다.
아이도 먹을 수 있습니다. 3세 이전은 성인 양의 1/3, 3~8세는 1/2, 8세부터는 성인과 같은 양이 기준이고, 증상에 따라 조절해 드립니다. 아이가 맛을 싫어하면 분유나 이유식에 섞거나 올리고당과 함께 먹여도 됩니다.

주의하실 점
위염이나 역류성 식도염이 심한 분은 빈속에 드시면 속이 쓰릴 수 있습니다. 이때는 식후에 드시고, 필요하면 위를 편하게 하는 처방을 함께 드립니다.
박하가 들어 있어, 드물게 박하에 알레르기가 있는 분은 재채기가 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복용을 멈추고 말씀해 주세요.
다른 병원에서 받아 드시는 약이 있다면 약 봉투나 처방전을 함께 가져와 주세요. 지금 드시는 약과 부딪히지 않도록 살펴서, 드시는 시간과 양을 정해 드립니다.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분도 진료 때 미리 말씀해 주세요.
정리하면
보폐고 엔오는 코, 기침, 목을 함께 돌보는 짜 먹는 한약입니다. 증상이 있을 때는 치료로, 없을 때는 관리로 드실 수 있고,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양을 맞춰 드실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기침, 같은 콧물이라도 원인과 체질이 다릅니다. 어떤 처방과 함께 드실지는 진료에서 정해 드립니다. 처음 드시는 분은 1~2주 드셔 보시고, 달라진 점을 진료 때 말씀해 주시면 양과 기간을 다시 맞춰 드립니다. 궁금하신 점은 편하게 물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