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을 오래 두면 — 코 너머로 번지는 것들
비염은 아프지 않습니다. 목숨에 지장이 있는 병도 아닙니다. 그래서 대부분 참고 지내십니다. “해마다 그러는 거지”, “봄만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몇 년, 몇십 년을 보내십니다.
그런데 비염을 오래 두면 코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코가 막혀 있는 시간이 쌓이면 잠과 머리, 목, 부비동까지 조용히 번집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겁을 드리려는 것이 아니라, 이미 겪고 계신 불편이 코에서 온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아셨으면 해서입니다. 5편 중 4번째입니다.

심해지는 철이 길어집니다
처음에는 봄 한철만 그랬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몇 해가 지나면 시작은 빨라지고 끝은 늦어집니다. 봄에 시작한 것이 여름 에어컨 철로 이어지고, 가을 환절기와 겨울 찬 바람까지 넘어가 결국 1년 내내 증상이 지속됩니다.
코 점막이 한 번 크게 부어오르고 나면 완전히 가라앉기 전에 다음 자극이 옵니다. 회복할 틈이 없으니 예민함이 점점 굳어집니다. 비염이 오래될수록 작은 자극에도 더 크게 반응하는 이유입니다.

잠이 얕아집니다
가장 먼저, 가장 흔하게 번지는 곳이 잠입니다.
누우면 코가 더 막힙니다. 코로 숨을 못 쉬니 입을 벌리고 자게 되고, 입으로 쉬는 숨은 코를 거치지 않아 차고 마른 공기가 목으로 바로 들어갑니다. 코를 골고, 자다가 답답해서 깨고, 아침에 일어나면 목이 바짝 말라 있습니다.
밤새 뒤척였으니 푹 잔 것 같지 않습니다. 8시간을 누워 있었는데도 아침부터 피곤하다고 하십니다. 불면으로 오셨는데 여쭤보니 비염이 먼저였던 분도 적지 않습니다.
함께 자는 가족이 먼저 알아채기도 합니다. 코 고는 소리가 커졌다, 숨이 가끔 멎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다면 코를 함께 보셔야 합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을 벌리고 자는 아이는 아침에 목이 쉬어 있고, 자주 깨서 칭얼거리고, 아침밥을 잘 못 먹습니다.

머리가 맑지 않습니다
잠이 얕은 데다 낮에도 숨이 답답하니 머리가 늘 멍합니다. 이마와 미간이 묵직하고, 오후가 되면 집중이 흩어집니다. 일을 해도 속도가 나지 않고 자잘한 실수가 늘었다고 하십니다.
아이들은 이것이 공부와 태도로 드러납니다. 수업 시간에 멍하게 앉아 있고, 오래 앉아 있기 힘들어하고, 쉽게 짜증을 냅니다. 부모님은 성격이나 의지 문제로 여기시다가, 코를 치료하고 나서 아이가 달라졌다고 하시는 경우를 봅니다.
코로 숨 쉬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받쳐 줍니다. 숨이 편해야 잠이 깊고, 잠이 깊어야 낮이 맑습니다.

부비동까지 번집니다
얼굴뼈 안에는 코와 이어진 빈 공간이 여러 개 있습니다. 광대뼈 안쪽, 이마 안쪽, 눈 사이 깊은 곳입니다. 이 공간을 부비동이라고 합니다. 평소에는 여기에서 생긴 분비물이 작은 통로를 통해 코로 빠져나갑니다.
그런데 비염으로 코 점막이 늘 부어 있으면 이 통로가 좁아집니다. 빠져나가지 못한 분비물이 고이면 염증이 생기는데, 이것이 흔히 말하는 축농증입니다.
이렇게 되면 콧물이 맑지 않고 누렇고 끈적하게 바뀝니다. 광대나 이마가 묵직하게 누르는 듯 아프고, 고개를 숙이면 더 무겁습니다. 코 뒤로 넘어가는 것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고도 하십니다. 감기 뒤에 이런 모습이 몇 주씩 남는다면 부비동까지 번진 경우를 생각합니다.

후각과 귀까지 닿습니다
코가 오래 부어 있으면 후각이 떨어진 채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음식 맛이 밍밍하고, 상한 음식이나 타는 냄새를 늦게 알아챕니다. 후각이 떨어져 있던 기간이 길수록 회복에도 오래 걸립니다.
코는 귀와도 가느다란 관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코가 늘 막혀 있으면 이 관의 흐름도 막혀 귀가 먹먹하고 소리가 멀게 들리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이 관이 짧고 곧아서, 비염이 있는 아이가 중이염을 자주 앓는 모습을 흔히 봅니다.
기침이 떠나지 않습니다
2편에서 말씀드린 목 뒤로 넘어가는 콧물이 오래가면 기침이 자리를 잡습니다. 목을 자꾸 긁고 헛기침을 하다 보면 목 안이 예민해져, 넘어가는 양이 조금만 있어도 기침이 터집니다.
기침약을 드셔도 그때뿐이고, 밤에 누우면 더 심해집니다. 몇 달째 기침이 떠나지 않는데 원인을 모르겠다는 분들 가운데 코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습니다.
코와 기관지는 하나로 이어진 숨길입니다. 그래서 비염과 숨차는 증상이 함께 오기도 합니다. 비염이 심해지는 시기에 숨차는 증상도 있는 분이라면, 비염 치료로 숨차는 증상까지 완화될 수 있습니다.

뚫는 스프레이에 기대게 됩니다
코가 꽉 막힌 밤, 뿌리자마자 시원하게 뚫리는 코막힘 스프레이는 참 고마운 약입니다. 다만 이 약은 며칠만 짧게 쓰도록 만들어진 약입니다.
코 점막의 혈관을 수축시켜 뚫는 방식이라, 오래 쓰면 약효가 떨어질 때 오히려 더 심하게 붓습니다. 더 막히니 또 뿌리고, 뿌리는 간격이 점점 짧아집니다. 나중에는 스프레이 없이 잠들 수 없다고 하십니다.
약이 나쁘다는 말씀이 아닙니다. 다만 하루에도 여러 번, 몇 주씩 이 스프레이를 쓰고 계신다면 코가 약에 의존하는 상태가 된 것일 수 있습니다. 갑자기 끊으면 며칠 몹시 괴로우니, 순서를 밟아 함께 줄여 가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하면
비염을 오래 두면 잠이 얕아지고, 머리가 멍해지고, 부비동에 고이고, 기침이 자리를 잡고, 스프레이에 기대게 됩니다. 모두 코에서 시작해 조용히 번지는 것들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코가 편해지면 이것들이 함께 가벼워집니다. 다음 편에서는 저희가 비염을 실제로 어떻게 나누고 어떤 순서로 치료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걸리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5편의 마지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