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기침, 가래 기침, 밤기침 — 만성 기침은 저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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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만성 기침이라도 오시는 분마다 말씀이 다릅니다. 가래 없이 목이 간질간질하다는 분, 가래가 끓어 뱉어야 개운하다는 분, 낮에는 괜찮은데 누우면 기침이 터진다는 분, 목에 무언가 걸려 있는 것 같다는 분이 계십니다.
기침의 양상이 다르면 원인도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만성 기침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증상별로 나누어 말씀드리겠습니다. 5편 중 2번째입니다.

가래 없이 간질간질한 마른기침
가래는 거의 없는데 목 안이 간질간질하면서 기침이 연달아 터집니다. 한번 시작되면 멈추기 어렵고,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몰아서 하게 됩니다.
찬 공기를 마실 때, 에어컨 바람을 쐴 때, 향수나 음식 냄새를 맡을 때, 크게 웃을 때 기침이 나옵니다. 기관지 점막이 예민해져 작은 자극에도 기침 반사가 일어나는 상태입니다.
감기 후 기침이 대개 이 모습입니다. 물을 마시면 잠시 가라앉지만, 목이 마르면 다시 시작됩니다. 건조한 사무실이나 난방이 켜진 방에서 유독 심해진다는 분이 많습니다.

가래가 끓는 기침
목에 늘 가래가 걸려 있고, 기침을 해서 가래를 뱉어야 개운합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가장 심하고, 목을 자주 가다듬게 됩니다.
가래가 끈적해서 잘 떨어지지 않는 분도 있고, 묽은 가래가 계속 올라오는 분도 있습니다. 가래 색도 함께 봅니다. 맑거나 하얀 가래인지, 누렇고 진한 가래인지에 따라 몸의 상태를 다르게 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렇게 기관지에 가래가 쌓여 빠지지 않는 상태를 담음(痰飮)이라고 부릅니다. 이 내용은 3편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밤과 새벽에 심해지는 기침
낮에는 그럭저럭 지내다가 누우면 기침이 시작됩니다. 잠들 만하면 기침에 깨고, 새벽에 한바탕 기침을 하고 나서야 다시 잠이 듭니다. 함께 자는 가족까지 잠을 설치게 됩니다.
밤기침에는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누우면 콧물이 목 뒤로 더 쉽게 넘어갑니다. 위산도 누운 자세에서 더 쉽게 올라옵니다. 새벽에는 방 안 공기가 차고 건조해져 예민한 기관지를 자극합니다.
그래서 밤기침이 있는 분께는 코와 소화기를 함께 여쭙습니다. 저녁을 늦게 드시는지, 코가 막혀 입으로 숨을 쉬시는지에 따라 보는 방향이 달라집니다.

말을 하면 터지는 기침
전화 통화를 하거나, 회의에서 발표를 하거나, 수업을 하다가 말을 몇 마디 이어 가면 기침이 터집니다. 말을 오래 하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 특히 힘들어하십니다. 노래를 부르거나 크게 웃을 때도 같은 기침이 나옵니다.
말을 하면 목과 기관지로 드나드는 공기가 많아지고 성대 주변이 계속 움직입니다. 예민해진 점막에는 이것도 자극이 됩니다. 기침을 참으려다 목소리가 갈라지거나 쉬기도 합니다.
“사람 만나는 자리가 무서워졌다”고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기침은 몸의 증상이지만 일상과 마음까지 함께 지치게 합니다.

목에 무언가 걸린 느낌
목에 작은 덩어리가 걸려 있는 것 같은데, 뱉어도 나오지 않고 삼켜도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헛기침을 자주 하게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 증상을 매핵기(梅核氣)라고 부릅니다. 매실 씨가 목에 걸린 것 같다는 뜻입니다.
이 느낌은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더 심해지고,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는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가래가 끓는 기침과 함께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목 이물감과 헛기침은 역류성 식도염에서도 나타나고, 비염으로 목 뒤로 넘어가는 콧물에서도 나타납니다. 그래서 목만 보지 않고 속과 코를 함께 살펴봅니다.

식사 뒤에 나오는 기침
밥을 먹고 나면 기침이 나오거나, 목이 칼칼해지고 헛기침이 늘어나는 분이 있습니다. 속쓰림이 없어서 위와 관계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위산이 식도를 타고 올라와 목까지 닿으면 속쓰림 없이 기침만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과식한 날, 기름진 음식이나 커피를 드신 날, 식사 후 바로 누운 날 기침이 심하다면 속을 함께 살펴보셔야 합니다.
이런 분들은 목소리가 자주 쉬거나, 아침에 일어나면 입안이 쓰고 목이 칼칼하다고도 하십니다. 기침약보다 식사 시간과 양을 조절했을 때 기침이 먼저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침 끝에 따라오는 것들
만성 기침이 있는 분들은 기침 자체 말고도 함께 따라오는 불편을 말씀하십니다.
기침을 할 때 가슴이 답답하거나 조이는 느낌이 듭니다. 기침을 몰아서 하고 나면 헛구역질이 나거나 먹은 것을 게우기도 합니다. 얼굴이 빨개지고 눈물이 맺히고, 한동안 숨을 고르고 나서야 진정됩니다.
이런 불편이 하루에도 몇 번씩 되풀이되면 몸이 금세 지칩니다. 기침의 횟수만큼 기침이 얼마나 세게, 얼마나 길게 이어지는지도 함께 여쭙는 이유입니다.

내 기침을 기록해 보세요
진료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기침의 양상을 적어 두시는 것입니다. 가래가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어떤 색인지, 언제 심한지, 무엇을 하면 터지는지를 1주일만 적어 보셔도 됩니다.
“밤에 누우면 심하고 가래는 하얗다”, “말을 하면 마른기침이 난다” 정도의 짧은 기록이면 충분합니다. 이 기록이 원인을 찾는 가장 빠른 길이 됩니다. 기침이 심한 순간을 휴대전화로 짧게 녹음해 오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정리하면
만성 기침은 마른기침, 가래 기침, 밤기침, 말하면 터지는 기침, 목 이물감으로 나타납니다. 한 가지만 있는 분도 있고 여러 가지가 겹친 분도 있습니다. 어떤 양상인지에 따라 원인을 찾는 방향이 달라집니다.
다음 편에서는 “감기는 나았는데 왜 기침만 남았는지” — 만성 기침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코와 위와 기관지, 그리고 몸의 체질을 나누어 말씀드리겠습니다. 5편 중 3번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