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변비가 아닙니다 — 세 가지 유형
“물도 많이 마시고 채소도 챙겨 먹는데 왜 안 될까요.” 변비로 오시는 분들이 답답해하며 하시는 말씀입니다. 남들이 좋다는 것을 다 해 봤는데 나만 소용이 없다고 느끼십니다.
이유는 대개 하나입니다. 변비가 한 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유형이 다르면 해야 할 일도 다르고, 심지어 정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다섯 편 중 두 번째입니다.

장이 느린 유형
첫 번째는 대장이 내용물을 밀어 보내는 속도 자체가 느린 경우입니다. 만드는 데는 문제가 없는데 옮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이런 분들은 변의를 며칠씩 아예 느끼지 못합니다. 사흘, 나흘이 지나도 신호가 오지 않다가 어느 순간 배가 더부룩하고 답답해집니다. 가스가 차고 아랫배가 묵직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 유형에서 거친 식이섬유를 갑자기 많이 드시면 오히려 나빠집니다. 밀어 보낼 힘이 부족한 장에 짐을 더 얹는 셈이라, 배만 더 불룩해지고 가스가 심해집니다. 채소를 늘렸는데 더 불편해졌다고 하시는 분이 대개 이쪽입니다.
이 유형은 양을 늘리는 것보다 움직임 자체를 살리는 것이 먼저입니다. 한의학에서 기운이 부족해 밀어내지 못한다고 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내보내지 못하는 유형
두 번째는 다릅니다. 변은 이미 내려와 있는데 마지막에 나오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이 유형의 특징은 뚜렷합니다. 변의는 분명히 있습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고, 앉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참 힘을 줘도 나오지 않고, 애를 써서 조금 보고 나와도 잔변감이 남습니다. 자세를 바꾸거나 눌러야 겨우 나오기도 합니다.
원인은 힘의 부족이 아니라 호흡이 맞지 않는 것입니다. 배변할 때는 배에 힘을 주면서 동시에 골반 아래 근육은 풀려야 하는데, 이 두 가지가 어긋나 있습니다. 힘을 줄수록 출구를 오히려 조이는 형국이 됩니다.
그래서 이 유형은 더 세게 힘을 주는 것이 답이 아닙니다. 오래 힘을 주면 치질이 생기거나 감각이 더 둔해질 수 있습니다. 앞 편에서 말씀드린 신호를 참는 습관이 오래된 분에게 흔히 겹칩니다.

생활에서 비롯된 유형
세 번째는 장 자체보다 사는 모양이 바뀌면서 생긴 경우입니다. 실제로 가장 흔합니다.
이사나 이직, 여행처럼 리듬이 바뀐 때, 다이어트로 먹는 양을 크게 줄인 때, 물을 거의 안 드시는 때, 종일 앉아 계시는 때 생깁니다. 새로 드시기 시작한 약이 원인인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먹는 양 자체가 줄어든 경우가 생각보다 흔합니다. 변은 먹은 것에서 만들어지므로, 적게 드시면 만들어지는 양도 적어 신호가 올 만큼 모이지 않습니다. 체중을 줄이면서 변비가 함께 온 분께 채소를 더 드시라고만 하면 잘 풀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이 유형은 원인이 비교적 또렷하고 회복도 빠릅니다. 바뀐 것을 되돌리면 대개 제자리를 찾습니다. 다만 그대로 오래 두면 장이 그 상태에 익숙해져 첫 번째 유형으로 넘어갑니다. 그 전에 손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여성에게 더 흔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진료실에 변비로 오시는 분은 여성이 훨씬 많습니다. 흔히 물을 적게 마셔서라거나 다이어트 탓이라고들 하시는데, 그것만은 아닙니다.
먼저 호르몬의 영향이 있습니다. 배란이 지나고 생리를 앞둔 시기에는 장의 움직임을 늦추는 쪽으로 작용하는 호르몬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생리 전에는 꼭 변비가 온다”고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이건 몸이 고장 난 것이 아니라 주기에 따른 변화이고, 생리가 시작되면 대개 풀립니다.
출산을 겪은 뒤 달라지시는 분도 계십니다. 골반 아래 근육이 늘어나면서 마지막 관문의 조절이 예전 같지 않아지는데, 이 경우는 두 번째 유형에 해당합니다. 힘을 더 주는 방향으로 애쓰시면 잘 낫지 않습니다.
여기에 바깥에서 화장실 가기를 꺼리는 사정이 겹치면 참는 습관이 굳어집니다. 몇 가지가 함께 작용하는 것이지 어느 하나의 잘못이 아닙니다.

내 유형은 어느 쪽일까
복잡해 보이지만 구분하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변의가 오는가?”
- 며칠씩 신호가 없다 — 장이 느린 유형. 움직임을 살리는 쪽으로
- 신호는 오는데 나오지 않는다 — 내보내지 못하는 유형. 힘주기보다 자세와 호흡을
- 최근 무언가 바뀐 뒤부터다 — 생활 유형. 바뀐 것을 되돌리는 쪽으로
다만 실제로는 섞여 있는 분이 많습니다. 오래된 변비일수록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생활에서 시작했다가 장이 느려지고, 힘주는 습관이 붙으면서 마지막 관문까지 어긋나는 식입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는 어느 하나로 딱 잘라 부르기보다 어느 쪽이 더 무거운지를 봅니다.

유형을 아는 것이 왜 중요한가
같은 조언이 유형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식이섬유를 늘리세요”는 생활 유형에는 잘 맞지만, 장이 느린 유형에는 배만 불룩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참지 말고 바로 가세요”는 대부분에게 옳지만, 내보내지 못하는 유형에서 오래 앉아 힘주기로 이어지면 오히려 해가 됩니다.
그동안 여러 방법이 소용없으셨다면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방향이 내 유형과 맞지 않았을 뿐입니다.
진료실에서 제가 유형부터 여쭤보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며칠 만에 가시는지, 신호는 오는지, 앉아서 얼마나 계시는지, 나오고 나면 개운한지 — 이 네 가지만 들어도 어느 쪽에 무게가 있는지 대체로 가려집니다. 같은 변비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을 뿐, 손댈 자리는 서로 다릅니다.
다음 편에서는 많은 분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이야기를 다루겠습니다. 변비약입니다. 써도 되는지, 오래 쓰면 정말 문제가 되는지,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차분히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